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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일. 한국 철도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21세기 최대의 국책사업,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지 무려 15년 만에 일이다.
경부고속철도로 인하여 서울-대구 항공노선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2단계 공사까지 끝나면 서울-부산을 오가는 항공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존의 경부선은 화물수송용으로 재편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 이용객이 1억명을 돌파하였다. 과히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
반면, 일반열차의 편성은 급격히 줄어들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는 이제 1시간에 1번 있을까 말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비싸게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열차 편성을 KTX를 탈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고, 한 때 최고의 객차였던 새마을호는 이제 완행 새마을이 되어 무궁화호과 똑같은 시간이 걸리면서도 요금은 절반을 더 받는 사치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KTX가 다른 열차를 죽이고 있다.
KTX 개통 하루전인 2004년 3월 31일, 통일호가 고별운행을 마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나마 남은 통근열차도 점차 편성을 줄여가고 있다. KTX가 비싸면 안타면 그만이지만, KTX 다닐 자리 마련하느라고 다른 열차가 있던 자리를 가져가면...
나는 뭘 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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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언제 다시 최고의 객차가 될 수 있을까.
KTX의 등장 이전, 새마을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객차였다. 시속 140km, 일반실과 특실까지 갖추고 있고, 출출한 고객을 위한 식당차도 달려 있고, KTX가 나온 지금도 좌석 하나는 새마을호가 더 편안하다고 할 정도로 품위있는 객차였다.
#1, #2, #3, #4의 번호를 달고 운행하던 열차가 있었다. 전 객차 특실 편성.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만 정차를 하고 서울에서 동대구까지는 3시간, 부산까지 4시간만에 가는 새마을호가 있었다. 철도요금이 지금처럼 오르기 전, 고속버스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을 때 새마을호는 그야말로 철길 위를 쌩쌩 날아다니던 고급중의 고급 객차였다
그러나, 지금은...
KTX 등장 이후 새마을호는 KTX의 환승열차로 전락하여 이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뒤따라오는 KTX에게 순서를 양보해야 할 처지가 되었고 중간 정차역이 많아지면서 급행 새마을은 죽고 완행 새마을만 남았다. 심지어 어느 구간에서는 새마을호보다 무궁화호가 3분 빨리 도착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무궁화호와 속도가 비슷하면서도 요금은 무궁화호의 절반을 더 내야하는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
정상의 위치가 영원할 수는 없지만, 새마을호를 볼 때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떠나는 노장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가격대 성능비가 맞지 않아 다시 탈 기회가 없을 새마을호.
점점 내구 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전기철도가 들어가 있지 않는 수명 다하는 그 날까지 전국을 구석구석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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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입학 이래 고속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열차를 처음 타게 된 때가 2005년 2월이었다.
2005년 1월 20일, 서울에서 병점까지 다니던 1호선 전철이 천안역까지 연장되면서, 무궁화호를 수원역에서 타고 내려가던 패턴을 바꾸어 천안역까지 1호선 전철을 타고 내려가서 천안역에서 무궁화호로 환승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호선 전철 용산역에서 천안역으로 가는 급행 전동차를 타면 천안역까지 1시간 25분에 가고, 천안역에서 동대구역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면 2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집 옆에 지하철역이 있고, 무궁화호로 갈아타는 시간만 잘 조절하면 고속버스로 갈 비용으로 운치있는 철도여행이 가능하다.
뭐, 부산 가는데 시간이 두배 세배 걸린다느니, 갈아타는게 귀찮다느니 이런 반대는 과감히 사양하겠다. 그런 말 할 거면 그냥 KTX타고 가라. 나는 가진 돈이 많지 않고, 기차를 타면서 느긋함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KTX가 나온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KTX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무궁화호는 가격대비 속도와 서비스가 가장 좋다고 본다. 고속버스에는 없는 화장실도 있고, 목마르면 음료수도 마실 수 있고, 멀미할 일도 없다. 도착할 시간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차가 밀려 짜증을 낼 필요도 없다.
나는 앞으로 천안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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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ter Diesel Car. CDC의 본 명칭이다. 지하철이나 전동차가 들어가지 않는 비전기철도 구간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한 디젤동차이며, 통일호와 비둘기호의 자리를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다시 태어나면서 경영 합리화의 구호 아래 CDC의 운행구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그러나 CDC는 지방에서 출근과 통학을 하기 위한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KTX는 필요 없다. 학교 가는데 무궁화호 탈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흑자 경영이 중요하다고 해도 통근열차는 꼭 필요하다.
운임은 100km당 3100원정도. 무궁화호가 6100원, 새마을호가 93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싼 운임이다. 서울-동대구롤 오가는 CDC가 있다면 단돈 10000원에 올 수 있을 운임이다. 비둘기호 시절 9800원 청량리-경주를 오갈 수 있던 때가 기억난다.
동대구-포항을 7000원에 가는 시외버스 옆에 2700원짜리 통근열차가 있다. 시간은 2배 정도 더 걸리지만, 1시간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다. 빠른 속도가 운송수단의 경쟁력이자 생명이지만, 통근열차를 타고 있는 시간만큼은 그런 생각을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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